올해 1월 1일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태양이 떴다. 새벽이 지나면 해가 뜬다는 사실은 당연하지만, 사람들은 연초 해돋이에 으레 의미를 부여한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인데도 가족의 건강이며 새해 목표, 다짐들을 하나같이 실어 보낸다. 코로나 때문에 동해나 산꼭대기로 가는 인파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청개구리들은 존재했다. 그럴 때마다 굳이 저렇게까지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들 신년을 맞이하느라 들뜬 신정, 그 며칠뒤가 내 생일이다. 캐럴이 울려 퍼지면 나도 모르게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생일이 다가올수록 설레는 사람들이 있다. 단언컨대 나는 그런 사람과 거리가 멀다. 앞서 말한 해돋이처럼, 매일 같은 날인데 왜 굳이 생일을 챙겨야 하지 하는 생각이다. 어제랑 다를 것 하나 없는 날인데 축하하기에는 조금 머쓱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 누군가가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챙겨주면 괜스레 반감이 든다. 정말 아무도 알아채지 않고 지나가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정말 내가 서운할까? 왠지 아닐 것 같다.
그러나 올해도 예상치 않은 축하 메시지들이 왔다. 그런데 막상 챙겨 주면 또 싫지는 않다. 해돋이를 보러 가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했지만 결국 청개구리는 나인가 보다. 기대감이 낮아져서 그런지 남의 생일을 일일이 챙겨주는 사람들에게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렸을 때는 크리스마스와 생일이 붙어있어서 선물을 퉁쳤기 때문에 애매한 시기에 태어난 신세를 한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조금 나이가 들어보니 괜찮은 위치 선정이다. 어색한 감사 인사를 새해 인사로 대체할 수 있다. 그리고 한 해의 시작을 축하와 함께 시작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축하와 함께 한 해를 시작하니 올해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목표도 생긴다.
어쨌건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고마운 거다. 까탈스러운 내 성격 맞춰 주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모두들 힘들었던 작년은 훌훌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2021년은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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