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서울 살이 - 층간소음을 해결하라
대학에 합격했던 20살의 겨울, 나는 비좁았던 3평짜리 고시원에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갈 수록 집의 규모는 점점 커갔고, 올해는 마침내 약 15평 짜리 신축 투룸에 들어갈수 있었다. 채광, 단열, 구조도 모두 좋아서 보자마자 계약한 집. 그러나 입주하고 며칠만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져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바로 방음!
윗집의 걷는 소리는 물론이고 옆집의 크게 말하는 소리까지 다 들렸고, 잘 때 귀마개가 필수품이 되었다. 소음으로 인해 스윗홈의 꿈은 산산 조각이 나버렸고, 평소에 과민성 대장염까지 달고 살만큼 예민한 나에게 지옥도가 펼쳐졌다. 다시 집을 알아보기에는 너무 금전적 출혈이 컸다. 그래서 어쩔수없이 그냥 참고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윗 층에서 음악을 엄청 크게 틀어놓았다.
우퍼 스피커를 바닥에 두고 음악 감상을 하는건지, 집 전체가 울렸다. 동생과 집에 있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윗 층으로 올라갔다. 사실 올라가기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덩치 큰 아저씨가 나오는것은 아닐지, 다짜고짜 욕하는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의외로 여성분이 나오셨고 상당히 죄송해하셨다.
그렇게 해결되는것으로 보였으나...
2 주일 후 또다시 집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락 음악과 군데군데 섞인 베이스 음. 악기를 연주하는것 같았다. 20분정도 참다가 너무 소리가 커서 다시 올라갔다. 저번에 뵌 여성분의 남편이 나오셨다. 그분도 죄송하다고 말씀하시고 음악은 꺼졌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저녁에 집이 울린다. 한숨이 나왔고 몇 분 참다가 다시 윗 층으로 올라갔다. 여성분이 나오셨는데, 아마 어제 남편분께 이야기를 못 들으신 모양이었다. 올라가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음악이 창문을 넘어 나간다고 생각하셨나보다. 스피커 베이스 소리가 바닥을 울린다고 다시 설명을 드렸다.
그리고 현재까지 큰 음악 소리는 들리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아직 해결 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있었다!
바로 걸을때 들리는 쿵쿵 거리는 소리. 소리가 크지는 않지만 지속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들렸기 때문에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코로나 때문에 재택 근무를 했던 주간에는, 소음 때문에 오히려 회사 가는게 낫겠다 싶었다.
이 역시 한 동안 참다가 결국 오늘 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층간 소음때문에 자꾸 올라가는것도 민망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과일 한 팩을 사들고 올라갔다. 그동안 인사를 못드렸다고 말씀드리며 선물을 건냈다.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어서 올라왔다며 차근차근 말씀을 드렸다. 오히려 너무 죄송하다며 너무 친절하게 말씀해주셔서 죄송했다. 그리고 차라리 카톡 아이디를 알려드릴테니 소음이 있을때 톡을 보내달라고 하셨다. 아직은 완전히 해결된것이라고는 못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주시니 맘이 놓이고 개운했다
튼튼하고 좋은 집을 만들어주세요ㅠ
인터넷에서 층간소음 분쟁 해결 글들을 읽어 봤을때 보복을 하고 욕을 하는등, 안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회사에 다른 분들도 층간 소음이 싸움으로 번진 사례가 있었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건축물 시공시 차음재 추가와 바닥 및 벽 두께를 법정화, 의무화 하는것이 절실하지만, 이미 날림으로 지어진 건물은 여전히 피해를 받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도 다행히 윗층 분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들어주신 덕분에 아직 좋은 분들이 많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층간 소음을 해결하는 방법은 윗층 아랫층 구분없이, 이웃간의 배려와 이해, 소통에서 출발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ps. 이제 옆집 신혼 부부 소음만 해결하면 됩니다... 쥬륵ㅠ
그리고 새 집을 구하시는 분들은 층간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필히! 바닥에 발을 굴러보시길 바래요. 살짝만 해도 집이 울린다면 그 집은 패스~입니다